성형외과 하면 보통은 K구의 번화가, 혹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패션 거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미라클 성형외과는 전혀 생각지도 못 한 곳에 있었다. K구의 번화가에서 조금 먼 곳에 있는 작은 건물 한 동을 미라클 성형외과에서 쓰고 있었다. 1층에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대기할 수 있는 카페가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로비와 접수대, 진료실과 상담실, 진료에 필요한 부대 시설 등이 있다. 3층은 수술실이고, 4~5층은 입원실이었으며 지하 1층에 식당이 따로 있었다.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의 이야기에 따르면, 식당 밥은 요즘 식사 메뉴가 고퀄리티라 화제라는 어느 아이돌 소속사와 동급이라고 했다. 이 병원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다른 병원들처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 아니라, 홈페이지..
괴담수사대는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한참 조사중이었다. "참, 나... 사람을 찾으려면 위층으로 가야지, 여기로 오면 어떡해? " 일이니까 하고는 있었지만, 파이로는 툴툴거리면서 조사를 하고 있었다. 사람을 찾는 데는 고키부리 사무실이 전문인데 왜 하등 상관도 없는 우리 사무실로 오는건자, 그녀는 영문을 몰랐다. "고키부리 사무실에서 받아줄 수 없다고 거절했나봐요. " "거기서 거절을 했다고? 그 프로페셔널이? " "네. " 의뢰인은 고키부리 사무실에도 갔었지만 어째서인지 거절당했다. 돈은 원하는대로 전부 드리겠다고 했는데도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의뢰를 맡긴 사람이 이 쪽으로 오게 되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파이로도 그제서야 납득한 듯 했다. "그 쪽에서 받지 않는 일도 있다니, 거 ..
"실례합니다. " 평화로운 오후, 괴담수사대 사무실에 손님이 왔다. 오전중에 급하게 전화로 예약하고 싶다고 연락했던 손님이었다. 손님의 정체는 머리를 하나로 묶고 흰 셔츠 위에 검정색 슬랙스를 입은, 검정색 구두를 신은 여성이었다. 아마도, 이 근처에서 직장 일을 하는 듯 했다. "아, 오전에 급하게 예약한다고 했던 손님이구만. 오너는 잠깐 나갔는데, 금방 올 거야. 여기 앉아서 잠깐 기다려. " 여자가 테이블에 앉아있으니, 잠시 후 미기야가 돌아왔다. 가방을 내려놓고 미기야가 테이블 맞은 편에 앉자, 야나기가 시원한 냉차 두 잔을 가져왔다. "이거 마시면서 이야기 나눠. " "고맙습니다. " 여자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사무실 책상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탁상 달력이었다. 탁상 달력은 회..
ID: 아싸가오리 기묘한 예언가 만났던 썰 풀어줄 사람? 뭐 물어봤고 대답 뭐였는지랑 복채 얼마 받았는지정도만. ID: 회전선풍각도기 @아싸가오리 내 친구가 나랑 자기 지망하는 대학 갈 수 있는지 물었는데 둘 다 갈 수 있다고 했음. 복채는 2만원. 근데 그 친구네 잘 살아서 용돈 일주일에 6만원은 받은듯. ID: 불판챔피언 @아싸가오리 연애운 물었었는데 연애운은 대학 졸업할때까지 없으니까 대학 다니면서 들이대는 남자들은 무조건 조심하고 거절하라고 했음. 두번째로 만났을 때 남친이랑 같이 가서 결혼운도 물어봤었는데 결혼은 서른 되는 해에 할거고 5월에는 식장때문에 마음 상할 일 생기니까 피해서 잡으라고 했음. @불판챔피언 연애운때는 만원, 결혼운 봤을때는 공평하게 받는다고 남친한테 15000원, 나한테 ..
게시자: 미스테리어스 제목: [투고괴담] 기묘한 예언가 구독자 '회전선풍각도기'님께서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 사이에서는 '기묘한 예언가'라고 불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였습니다. 이름이 뭔지 정확히는 모르고 다들 기묘한 예언가라고만 불렀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 예언가가 화제였던 이유는, 그녀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맞는다는 겁니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말이죠. 마치 초록색 고추장도 있을까? 라는 질문에 정말 초록색 고추장을 만들어서 가져 온 느낌이라고 합니다. 다만, 예언을 듣는 방법이 특이했습니다. 예전에 일본에서 유행했던 괴인 앤서 괴담을 약간 비틀었다고 해야 할까요. 기묘한 예언가를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친구들 열 명을 모은 다음 밤 ..
괴담수사대는 K시 근처의 어느 휴게소에 나와있었다. 며칠 전에 이 근처가 사고다발지역이라며 의뢰가 들어와서 조사차 나오게 된 것이었다. 수사대 건물이 있는 장소와는 꽤 멀었기때문에, 수사대원들이 차에서 전부 잠들 수는 없어서 휴게소 인근에 숙소를 하나 잡아두고 휴게소로 나온 상태였다. K시 근교에 있는 휴게소라 그런지 꽤 규모가 작은 휴게소였던지라, 시설도 그렇게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사고다발지역이 이 근처였지? 어디야? " "여기서 나가서 K시로 가는 길목이래요. " "음... 숙소 잡으러 갈 때는 뭔가 딱히 본 건 없었는데... " "일단 저 쪽에 줄 서있는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죠. 저번에 그 일처럼 특정한 사람만 대상일지도 모르고... " "그러지. " 휴게소 한쪽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있었고..
파이로와 야나기는 G구의 어느 파스타집을 찾아갔다. 의뢰도 의뢰였지만, 자연스럽게 가게의 분위기나 맛 등을 파악할 요량으로 둘이 가게 된 것이었다. 주로 한식 위주로 먹는 미기야보다 그 둘이 파스타에 조예가 깊었던 것도 있다. "어서오세요, 파스타 전문점 구르메입니다. " 파이로과 야나기가 두 명이라고 얘기하자, 직원은 금방 자리를 안내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은 다음 가게를 둘러보니, 가구나 조명, 인테리어를 봐서는 날 잡아서 한 번 먹으러 와야 할 것 같은 고급 식당의 느낌이었다. 곧이어 점원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자, 야나기와 파이로는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역시, 파스타는 집에서 해먹는 게 낫다니까. 밖에서 먹으려면 꽤 비싸네... " "우리 돈 아니니까 먹는거지. 일단 파스타집의 실력..
"안녕하세요, 요전에 연락드렸던... " "아, 얘기는 들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 사무실로 훤칠하게 생긴 남자가 들어섰다. 그 순간, 사무실에서 TV를 보던 야나기와 데스 애더의 시선이 그 남자를 향해 꽂혔다. 그 남자는, 최근 모든 멤버들이 군대를 전역하고 막 컴백을 위해 앨범 작업을 한다던 라이트닝 보이즈의 멤버, 준이었다. "저 사람... 라이트닝 보이즈 맞지...? " "틀림없어. 저 사람, 라이트닝 보이즈의 준이야. " 아이돌이 여기까진 어쩐 일인지 궁금했던 둘은, TV를 보는 척 하면서, 신경은 온통 두 사람이 나누는 얘기에게 쏠려있었다. 한참 컴백때문에 바쁠 아이돌이 여기까지 왔다는 건 분명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사생팬이나 자잘한 범죄에 연루된거라면 소속사에도 법무팀이 있어서 거기서 ..
그는 여자를 따라 판데모니움 로열에 참가하기 위해 갔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승리한 그를 맞이한 것은, 만화에서나 볼 법한 검은 왕좌에 앉아있는 여자였다. 하얀 얼굴에 검은 베일을 쓴 여자는, 왕좌에 앉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번 우승자는 이 쪽이군요. 좋아요, 그대의 소원을 말해보세요. " "야구를 다시 하고 싶습니다. " "야구를? " 도민은 그녀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전부 얘기했다. 후배의 기강을 잡겠다고 기합을 줬던 것과, 그 일로 영훈이 횡문근융해증으로 죽은 것, 그리고 그것때문에 드래프트도 무산됐고, 대학 진학도 못하게 되었다는 것까지. 그녀는 그것을 그저 듣고 있을 뿐이었다.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후배들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과도한 기합을 주는 경우가 왕왕 있죠. 행하는 자는..
평화로운 저녁 시간대였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는 사람들은 삼삼오오 치킨이나 고기를 먹으러 가기도 하고, 마트에서 맥주를 사서 집으로 가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한 명의 여자가 한강 다리 한복판에 서있었다. "더 이상은 살아있을 이유가 없어... " 한참동안 머뭇거리던 그녀는 다리 난간을 넘어갔다. 그리고 뛰어내리려던 찰나. "멈춰! " 누군가가 그녀를 붙잡았다. 있는 힘껏 그녀를 붙잡은 손길은 그녀를 난간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휴...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네... " 그녀를 끌어당긴 것은, 요즘 먹방 네튜버중에서도 가장 핫하다는 만티코어였다. 영상을 몇 번 보긴 했지만,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마, 만티코어...? 정말 만티코어예요? " "네, 만티코어입니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어요...
그녀는 오늘도 열심히 컴퓨터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잘 돼가? "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데이터가 많이 없어서... 투자라도 받을 형편이 된다면 알바를 모집하던가 할텐데, 그것도 아니고... " "하긴, 우리는 아직 학생이니... PPT 작업은 끝났어? " "아, 맞다... 그것부터 해야지. " 그녀는 악필이었다. 물론 지금도 악필이다. 글씨때문에 낭패를 본 적도 있고, 몇 번 선생님께 불려가기도 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그래도 수기로 뭘 할 일이 줄어들었지만, 가끔 손으로 무언가를 쓸 때마다 고역이었다. 심지어 중학생때 한 선생은, 그녀가 악필이라는 이유로 수업시간에 대놓고 망신을 주고 수행평가 점수도 낮게 준 적 있었다. 펜글씨도 시도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코딩은 잠시 내려두고, 그녀..
"재우씨, 무슨 고민 있어? " "주말에 결혼식에 가야 하는데, 하필이면 전여친 결혼식이지 뭐예요. " "전여친이 결혼식에 불렀다고? " "부르는 전여친이나 거절 안 하고 그걸 가는 재우씨나 참... 연구대상이야. " 그의 전여친은 소위 말하는 속물이었다. 데이트 할 때는 한번도 자기가 돈을 낸 적이 없었고, 선물은 항상 명품이어야 하며, 밥은 항상 비싼 곳에서 먹어야 했다. 기념일도 매번 챙겨주지 않으면 서운해하면서 헤어지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거기다가 시도때도 없이 친구의 남자친구와 그를 비교하기 일쑤여서,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연애라는 건 괴로운거라고 생각했었다. 여자친구였던 사람과 헤어지게 된 것도, 그보다 돈이 많은 남자와 바람이 나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송재우씨, 회장..
"재민씨, 바빠? " "아뇨. " "그럼 술 한잔 하자. 나도 회사 때려쳤거든. " "재희씨도요? " 그와 같이 입사동기였던 동료가 연락을 해 왔다. 회사도 그만 둔 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썰이나 풀어주겠다면서. 그는 직장 동료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아내에게는 약속이 생겨서 미안하다며 밥은 해놓고 갈테니 국만 데워서 식사 하라는 쪽지를 남기고 나왔다. "여- " "재희씨...? 어째 저 나올때보다 다크서클이 더 진해진 것 같은데요... " "말도 말아요. 부장놈때문에 정말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었다니까... " 두 사람은 어느 대기업의 부설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똑같은 재료공학과 전공에, 학교마저 같았다. 학번은 달랐지만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던 둘은 금세 친해졌다. 이름도 한 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