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기업은 반도체 업계에서도 1위를 달리며, 반도체 뿐 아니라 스크린 기술도 뛰어나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핸드폰 기업인 C사에서 K 기업의 액정을 공급받아 기기를 출시할 정도였다. 과학상상화 같은 곳에서 보던, 마치 두루마리를 말듯 둘둘 말 수 있는 스크린이나 접을 수 있는 스크린은 물론 동전보다도 얇은 TV가 출시될 정도였다. 규모도 굉장히 큰 대기업이고, 위상도 어마어마하다보니 반도체를 전공하는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교수님들도 전 학기 A0 이상을 받은 학생이나 대학원을 수료한 학생들은 이 곳에 원서를 쓰도록 추천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밖에서 알려진 것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다른 부서와 달리, 연구실에서 사내정치를 일삼는 김 부장때문에 아랫사람들은 죽어나갈 ..
여기는 대학가의 어느 술집. 술집 특유의 어둑어둑하면서도 밝은 조명 아래, 아직 손님이 없을 시간임에도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D대학 전자공학과의 신입생 환영회 겸 개강총회였다. 아르바이트생은 테이블에서 주문한 술잔과 술, 안주를 가져다주고, 테이블에서는 술과 안주를 받아 잔을 돌린다. 그렇게 왁자지껄하던 사이,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공대생들의 패션이라며 우스갯소리가 도는 체크무늬 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검정 백팩을 멘 남자였다. "현진이 왔어? " "현진 선배 오셨습니까? " "말 편히 해. " 신입생들과 얘기를 나누던 여자 한 명이 신입생들에게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를 소개했다. 전자공학과 15학번, 최현진 선배라며. 현진은 신입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빈 자리에 앉았다. 술집은 신입생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