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2014년입니다, 나는 막 휴가에서 복귀했습니다.
라고 당신에게 첫 인사를 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앞이 깜깜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합니다.
이제 휴식이란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담하기도 하군요.
이제 정말로, 방학 말고는 휴식같은 거 없다. 아아, 이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올해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동아리 말인데.
신입생 환영회라면 나갈 생각이 있습니다.
다만 그뿐입니다, 그 외의 일로는 전혀, DNA 분자 하나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일년 후의 나라면 누구인지 알 거라 생각해요.
충분히 알고 있어. 그리고 미래의 나도 여전히 싫어할거라 생각해.
아예 피하고 싶지만 최소한의 만남이라는 선이 그것까지입니다. 그 후로는 더 보지 않을겁니다.
그때쯤 돼면 동생도 슬슬 전역했겠지요.
여기 시간대에서는 동생이 막 휴가가 끝나서 복귀했습니다.
나는 가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오늘부터 출근이었으니까요.
연초부터 일복이 터져서 죽을뻔한 걸, 겨우 한숨 돌린 후로 저녁도 못 먹고 몇시간쨰 공복.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와 라면이라도 끓여먹을까 하던 찰나 엄마도 조기퇴근.
랩실 형님은 실험 끝나니 이미 퇴근하셨습니다. 하여 저녁은 굶었습니다.
통장에는 돈이 없습니다. 노트북도 바꿔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그나저나 아이팟은 그대로 쓰고 있는거겠지요?
고장이 났다거나 더 심각해졌다거나 하면 안 됩니다.
수입이 없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거든요.
선물받은 립밤이 있어 바르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입술을 잡아 뜯는 습관때문이지요. 매우 건조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됩니다.
올해 실험실에 누가 들어올까, 라는 사안은 글쎄요.
자, 어떻습니까. 일년 후에도 나는 막내신세인가요?
아니면 누군가가 들어온겁니까? 동기? 선배? 후배? 아는 사람입니까?
많은 일이 있을겁니다.
이 편지를 읽거든 다시 한 번 돌아봐주세요, 그 동안의 일들.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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