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괴담수사대

XVI-2. 교만의 혀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2023. 9. 30. 01:39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 -마태오의 복음서 23장 12절」

괴담수사대는 실종 사건 현장에 와 있었다. 이전의 두 건과 마찬가지로 실종자는 사라진 지 며칠은 되어보였고, 개 짖는 소리가 멈추지 않아 이웃 주민들이 참다참다 집주인에게 얘기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실종된 사실이 알려졌다. 연락도 되지 않고, 개의 상태도 걱정됐던 집주인이 경찰을 대동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개는 오랫동안 굶은데다가 너무 짖은 탓인지 탈진 직전이었고 집주인은 너저분한 방만 남긴 채 사라졌다고 했다. 

“설마, 전에 그 하얀 가면이 범인은 아니겠지? ”
“그 설마가 맞아. ”

또 다시 영상을 확인했던 라우드는 이번 피해자 역시 하얀 가면의 남자가 밤중에 집에 침입해 납치해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전의 두 실종자와 달리, 이번 실종 사건의 피해자는 남성이라 제압이 힘들었는지 마취제를 사용해 재운 다음 납치해갔다. 

“집에 개도 있는데 어떻게 납치해갔대? 무슨 일 생기면 개가 짖어서 알았을텐데... ”
“간식에 약을 발라 먹여서 재웠어. ”
“목적이 뭔지는 몰라도, 꽤 주도면밀하네요. 전에 실종됐던 두 분도 어질러진 침대 말고 별다른 흔적은 없었죠? ”
“네. ”
“허어... ”

어질러진 침대와 오랫동안 방치되어서 탈진한 개, 그 외에는 범죄 흔적이라고 생각할만한 게 없었다. 피해자가 남자여서 제압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지, 아예 개와 남자까지 재운 상태에서 데려가버렸다. 거기다가 이 아파트는 꽤 오래된 아파트라 공동현관이 잠겨있지도 않았고, 경비원도 하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아무리 그래도 도주경로가 깨끗하네요. 하다못해 옷이 찢어졌다거나 신발이 벗겨진 흔적도 없고... ”
“이 사람, 언제쯤 실종됐다고 했지? ”
“나흘 전이요. ”
“그럼 저녁 6시쯤부터 지켜보면 되겠군... 여기서 기다려. 혹시 몰라서 회중시계를 들고 왔으니, 내가 뭐 하는 놈이고 어디로 갔는지 보고 올게. ”
“다녀오세요. ”

파이로는 주머니에서 크로노스의 회중시계를 꺼내 피해자가 실종된 날의 저녁 6시로 이동했다. 아마도 퇴근한 모양인지, 한시간쯤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집 안을 돌아다니던 개가 반가워하며 문 앞으로 달려갔다. 가방을 내려놓고 개를 쓰다듬은 피해자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준비했다. 그 다음은 밀린 집안일을 하고, 침실에서 잠을 청한다. 

‘그냥 직장인이구만. 대체 뭣때문에 실종된거지? ’

다음 순간,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하얀 가면을 쓴 남자가 보였다. 개가 으르렁거리며 경계하자, 남자는 간식을 던졌다. 냄새를 맡다가 이내 간식을 먹은 개가 잠에 빠지자, 남자는 집 안으로 들어와 방심한 피해자의 입을 손수건으로 틀어막았다. 그러는 동안, 남자의 손에서 9볼트 건전지가 떨어졌다. 

‘문을 저걸로 열고 들어온건가? ’

피해자가 잠든 것을 확인한 남자는, 피해자를 끌고 집 밖으로 나갔다. 파이로가 남자를 따라 밖으로 나가보니, 문을 닫은 남자는 아파트 한쪽에 대 둔 차로 향했다. 그리고 차 뒷좌석에 남자를 싣고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파이로는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뭐 좀 알아내셨어요? ”
“도어락을 따고 들어온 방식이랑, 차 번호. 현장에 네모난 건전지 하나 떨어져있었을텐데? ”
“아, 맞아요. 증거가 될 수도 있다고 주워가셨는데 9볼트 건전지가 하나 있었어요. ”
“그걸로 도어락을 열고 들어온거야. 왜, 도어락 건전지가 나갔을 때 9볼트 건전지를 대면 문이 열리잖아. ”
“맞아, 그거 위급상황에 쓰는 방법이지. ...차 번호는 설마, 가면을 쓴 남자가 타고 간 차를 말하는거야? ”
“어. 번호판에 허가 들어가는 게 렌트카같은데, 조회해보면 어디서 대여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거야. 중형차 같았는데, 거기에 피해자를 싣고 갔어. 그거랑 별개로 나는 이 녀석에 대해 조사를 좀 해 볼게. ”
“피해자에 대해서요? ”
“응. 전에 두 실종 사건도 그렇고, 똑같은 범인이 노리고 있다면 이쪽도 뭔가 거하게 한건 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직은 내 감이지만, 가면을 쓴 남자가 일부러 뭔가 잘못을 한 사람만 노리는 것 같기도 하고... ”

수사대원들이 가면을 쓴 남자가 타고 간 차에 대해 조사할 동안, 파이로는 실종된 남자의 신변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었다. 이웃집을 돌며 실종된 남자에게 대해 묻자, 이웃집 주민들은 하나같이 건실한 청년이었다고 했다. 평일에는 힘들 법도 한데 어지간히 지치지 않는 이상은 퇴근하고 저녁 식사를 한 다음, 매일 밤 개와 함께 산책을 나간다는 것이었다. 

‘딱히 이웃과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군... ’

하지만 그의 직장 사람들이나 친구들에게 물어봤을 때의 반응은 이웃 주민과 180도 달랐다. 오지랖이 심한 모양인지, 다른 사람의 진로나 선택에 대해 자기가 다 아는 것처럼 감놔라 배놔라 하는데다가 직장에서도 실적이 낮은 동료나 상사와 자신의 실적을 비교하면서 비꼬기 일쑤였다. 그것때문에 그만둔 동료도 꽤 있어서, 인사팀에서도 실적이 떨어지면 바로 자를 태세로 벼르고 있었다고도 했다. 

“솔직히 제가 사이코패스같다고 할까봐 주변에 얘기는 안 했는데, 그 사람 실종됐다는 소식 들었을때도 걱정은 안 됐어요. ”
“그럼? ”
“오히려 자기 자랑 안 들어도 돼서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
“뭐, 오죽 눈엣가시였으면 그랬겠냐... 이해한다. 아마 똑같이 당해본 사람들 다 똑같은 심정일걸? ”

탐문 수사를 마친 파이로가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차에 대한 조사도 끝난 듯 했다. 

“탐문 수사는 어떻게 됐냐? ”
“뭐, 경찰까지 갈 만한 녀석은 아니지만 밥맛이었나봐. 이웃들하고 트러블은 없었는데, 대학 친구들은 죄다 손절했고 직장 사람들도 오죽했으면 실종됐을 때 걱정한 게 아니라 이제 자기자랑 안 들어도 된다고 좋아했다더만. ”
“음... ”
“차는 어떻게 됐어? ”
“실종자가 실종되기 1시간 전에 랜터카를 빌린 이력이 나왔어. ”
“그렇다는 건, 실종자가 살던 곳에서 1시간 거리에 산다는 얘기겠네. 무조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주도면밀하게 남의 집에 쳐들어올 지능이면 일부러 혼선을 주려고 시간을 벌었을수도 있으니까. 그럼 누가 빌렸는지도 알아냈겠네? ”
“그래서 말인데요, 파이로 씨. ”
“뭐냐, 왜 뜬금없이 무게를 잡아? ”

한층 무게를 잡은 미기야는, 잠깐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차를 빌린 사람을 알아내서 고키부리 사무실에 조사를 요청했고, 그쪽에서도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미리 조사를 해 둔 상태여서 정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
“위쪽에도 의뢰를 한 사람이 있나보구만. 근데 그게 무게까지 잡을 일이야? ”
“이거, 단순한 살인이 아니예요. 이걸 읽어보세요. ”

파이로는 미기야가 건넨 서류 뭉치를 읽었다. 하얀 가면을 쓴 남자에 대해 조사한 모양인지, 이름이나 현재 하는 일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달의... 악마? 이게 뭐야? 뭐 교단 이름이야? ”
“실종 사건 범인의 최종 목적이요. ”
“최종 목적? 이놈, 악마숭배자야? ”
“그 쪽으로는 라우드씨가 좀 더 조사해봐야 알 것 같아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어쩌면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는겁니다. 단순히 범인을 체포하는 정도가 아니라, 악마와 싸워야 할 수도 있어요. ”
“그런 걸로 쓸데없이 무게 잡지 마라. ”

파이로는 서류 더미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신이건 악마건, 무고한 사람들의 피를 흘리게 해놓고도 제 잘못을 모른다면 싸워서라도 가르쳐야지. ”

「탐욕의 그릇에, 교만한 자의 혀를 담을지어다. 」

'괴담수사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XVI-4. 질투의 눈  (0) 2023.10.01
XVI-3. 나태의 손  (0) 2023.10.01
XVI-1. 인색의 손  (0) 2023.09.28
Prologue-XVI. 탐욕의 그릇  (0) 2023.09.27
XV-7. Blood End  (0) 2023.09.21
Comments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