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덮을 수 없어. 덮으려고 더 큰 죄를 짓게 되면... 더더욱 큰 죄를 저지를거고. 그렇게 하다 결국, 굴레에 빠져버리면 인간이 아니게 되버리는거란다. 」 -뚜르르르르르르 사무실의 전화기가 울리고 있었다. "오너, 전화요. ""응, 알았어. " 미기야가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괴담수사대입니다. "'안녕하세요, 라플라스입니다. '"!!"'오늘도 의뢰가 있어서 말이죠. 최근 D동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아시죠? ' D동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모를 리가 없었다. 사건 현장을 뒤져 범인은 찾아냈지만, 문제는 범인이라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즉 범인이 현장에 있었다는 것은 증명할 수 있었지만, 범인이 피해자를 죽였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었다. 뉴스에 보도된 지 며칠이 지나도록, 관련된 뉴..
「생명이 중요한지, 인기가 중요한지... 너희들은 잊어버린 걸까? 아니면... 망각한 척 하는 건가? 어쩌면, 기준을 바꾸어버리고 너희들이 올바르다 생각하는 건 아니지? 」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B동 T 사거리에서 의문의 변사체가 발견됐습니다. 피해자는...... "또 그 뉴스냐... " 요즘 며칠 째, 똑같은 장소에서 하루, 이틀 간격으로 변사체가 발견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사인은 불명. 신원 역시 알 수 없도록 짓이겨져 있었지만 시체가 발견된 위치와 주변에 떨어진 전화기로 보건대, 휴대폰을 보느라 미처 차를 피하지 못해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데도 남 일이라는 듯,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의문의 사체가 계속해서 벌견되고 있다. ..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그 곳을 벗어나서 보면 알아. 만들어진 것은 어떤 것일까? 」 사토나카 가에서 막 쉬고 있는 미기야에게 전화가 왔다. 발신인은 명계로 내려갔다던 파이로였다. "여보세요. 어, 파이로 씨. 무슨 일이예요? "-내가 뭐 일 터져야 전화하냐. 심심해서 전화했다. "명계에서도 심심할 일이 있어요? "-지루해 죽겠다. 도대체가 죽은 존재들은 여러가지로 땅 위에 올라가 있으면 귀찮단 말이야... "그런데 명계에는 왜 가신거예요? "-시체가 타 버렸으니 그거 관련 서류 처리를 해야 하거든. 안 그러면 길 잃은 망령 취급 받아서 밖으로 못 나가. "아, 그렇군요. "-...우왁? 이건 또 뭐야! 전화 통화를 하던 파이로가 무언가에 놀랐는지 전화기를 떨어트렸다. "뭐, 뭐예요, 파이로 씨? "-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어. 천벌이란 건 동화나 민담에서처럼 하늘에서 번개가 치는 게 아냐. 천천히, 하지만 인과에 맞춰 돌아오는 게 천벌이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잊고 있다 보면, 천벌이 내려질거야. 그때쯤 후회해도 늦었을걸? 」 "미기야 씨 덕분에 일본도 와 보네요.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는데! ""후훗, 여기는 꽤 재밌어보이는 곳이구나. 여기가 일본이라는 곳이니? ""네. 지금 다 온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의뢰인은 어디에 게시죠? ""이 근처라고 했는데... " 며칠 전, 미기야에게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자신을 사토나카 유카리(里中由香里)라고 소개한 사람은, 사라진 사람을 찾고 있다며 도움을 청해왔다. 실종된 사람은 자신의 친오빠인 사토나카 유메지(里中夢路)라고 하면서, 만약 수..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도 있지? 그런데 왜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고 사람을 다치게 하는거지? 역시 인간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는걸. 」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A동 2층 빌라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사상자는 다행히도 없었지만 집은...... "또 화재네. ""요즘들어 왜 이렇게 불이 많이 나지? 여름이라고 방심하는건가... ""여름...? 계절이 화재랑 무슨 상관이야? ""보통, 여름은 습하고 비가 자주 와요. 반대로 겨울은 건조해서 여름해 비해 불이 많이 나고, 여름은 겨울과 반대로 불이 덜 나는거죠. ""그런가... " 며칠 쨰 같은 소식이었다. 방화범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수사했지만 결국 범인은 못 잡았다고 했다. 그 외에는 이렇다 할 것도 없다. 그냥, 여느때와 달리 ..
「인간들은 참 재미있어.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지. 갈구하는 것을 얻고 나면, 또 다른 것을 갈구해. 그래서, 나는 인간들이 참 좋단 말이야... 그렇기때문에, 우리 '괴이'들이 생겨나는거잖아. 어떻게 보면, 창조주니까. 」 "헉, 헉... 저, 저 좀 살려주세요! " 아침부터 웬 여자가, 괴담수사대의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무슨 일인데 아침부터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거냐, 인간? " 여자는 키츠네의 말은 아랑곳 않고, 주변을 둘러보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급히 뛰어온 모양인지, 그녀의 얼굴이 빨개진 것은 물론 신발이 없고 맨발인 상태였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데 신발도 버리고 급하게 뛰어왔어? ""하아, 하아... 살았다...... ""저 왔...... 응? 그 여자분은 누..
「보통 괴이는, 소문을 타고 움직이는 법이지만... 이번 녀석은 달라... 」 "휴우... 여기로군. 겨우 도착했네- " 보통의 인간과는 확실히 다르다. 일단 인간은 노란색 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눈이야 백 번 양보해서 렌즈를 낀 것이라 치더라도, 은빛의 귀와 꼬리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가 바로 괴이사냥꾼이라고 불리우는, 은여우 키츠네였다. "이번 괴이는 어떤 녀석일 지 궁금한걸... " 어제까지만 해도 지내왔던 시골과는 확실히 다른 공기였다. 높이 솟은 건물 하며, 거리를 다니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자동차들. 거기다가 시골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도 많이 보였다. "그나저나 괴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 키츠네는 무작정 발길을 돌렸다. 어느 곳으로 가야 괴이에 대한 ..
오후,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저 예전에 의뢰 드렸던... 기억하시죠? ""아, 지혜 씨. 오랜만이네요. 지훈 씨는 좀 어때요? ""덕분에 괜찮아졌어요. ""다행이네요. 지훈 씨는 여전히 취미생활로 심령 스폿을 찾아다니나요? ""아뇨, 그 뒤로는 한번도 간 적 없었어요. 요즘은 다른 취미거리 찾아보면서 시험 공부도 하느라 바쁜가봐요. ""그렇군요... " 다행히도, 지훈은 그 후로 괜찮아진 모양이었다. 그 때 난동부렸던 일을 기억하지는 못 하는지, 아끼던 개가 죽었다는 사실을 듣고 한동안 실의에 빠지긴 했지만 곧 새 식구를 들였다고 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사건 이후 그 집에는, 금줄을 거꾸로 친 것 뿐 아니라 아무도 다가가지 못 하도록 길을 막았다고 한다. 아예 아무..
"뭔가 알아내셨나요? ""이걸 봐. " 파이로는 빈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피해자가 죽은 장소였다. "첫번째 피해자는 D 로터리에서 죽었어. 그리고 그 다음은 A동의 어느 골목. 그리고 세번째 피해자는 E 로터리, 네번째 피해자는 B동... 이런 식으로 여덟 번째 피해자까지 나왔지. 즉, 홀수 번째 피해자는 로터리, 짝수 번째 피해자는 그 동네의 어느 골목에서 죽었어. 이걸 바탕으로 그 다음 피해자가 죽었을 위치를 예측해보면... ""H 로터리? ""정답. ...사건은 모두 자정에 발생했다. 아마 곧, H 로터리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날 것 같군... 하지만 그게 언제일 지는 모르겠어. ""흠... 잠깐만요, 로터리에서 피해자가 생겼을 때는 음력으로 15일, 30일이었고 골목에서 피해자가..
"정훈 씨, 이 사건 언제쯤 진척이 날 것 같아? 도대체 몇달째 진척이 없잖아. ""...... ""이러다가 공소시효 만료되겠어. 어? 빨리빨리 범인 잡아야 할 거 아냐. ""네. ""가 봐. " 정훈은 출근하자마자 상사에게 된통 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몇달 전 일어났던 수수께끼의 살인 사건 때문이었다. 경찰에서 수사를 한다고 하긴 했지만, 단서도 없고 갈피를 잡기도 힘들어 수사에는 진전이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계속해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다보니 사람들도 불안해하고, 언론에서도 경찰이 무능하다는 식의 기사를 써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뭐 하기 싫어서 안 하는 줄 아나... " 밖으로 나온 정훈은 흡연구역으로 갔다. 담배 한 개비를 빼어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다음 연기를 한 모금 머금는다. 오늘따..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 파이로는, 평소에 그림을 그릴 때 쓰던 노트를 가져왔다. 그리고 노트를 뒤적거리더니, 한 페이지를 펼쳐 보였다. "어제 잠이 안 와서 이 문양에 대해 좀 알아봤거든. 왜 하필 성불시키기 위해 쓰는 부적과 함께 붙어있는가, 켕기잖아? ""확실히 켕기긴 해. ""이 문양 자체는 어떤 이미지인지 생소하지만, 이건 알지? ""!!""그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가만, 이거... '영'이잖아. ""어, 정말...? " 종이에 그려져 있던 문양의 정체는, '영'이었다. 원래의 문자를 그림의 형태로 만들어서 그려둔 것이었다. "거기다가 붉은 글자료 표기했다... 뭔가 보통 의미가 아닌 것 같지 않아? ""흠... 뭔가 종교적인 의미인건가요... ""그런 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미기야는 의뢰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전 의뢰가 하나 들어왔는데, 의뢰가 소위 말하는 아주 골때리는 의뢰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수사를 해야 하는데, 학교 구성원들마저 비협조적이었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가고 있어서, 매우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다. "또 의뢰 건으로 생각중이구만. ""네... 으으...... 피해자는 계속 생겨나는데 학교 측에서는 협조를 해 주려고 들지를 않네요... ""뭔가 켕기는 게 있는건가... 아니면 단순히 감추려는 것? ""감추려고 한다면... 어떤 걸요...? ""간단하잖아. 학교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나면 안 되니까, 사람이 죽어나가더라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을 포기하는 거지. ...그래봤자 뉴스 타면 장땡인데. ""그러게요.....
다음날, 혜연의 엄마는 괴담수사대를 찾았다. "어서오세요, 괴담수사대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제 딸아이때문에 왔어요. ""따님때문에요...? ""네. 딸아이가 요즘 행동이 너무 변해버려서, 혹시 무언가에 씌인 게 아닐까 해서요...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차근차근 말씀해보세요. " 혜연의 엄마는 미기야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혜연이 상현에게 해 왔던 행동들과, 가토의 자살 이후 손도 대지 않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는 것까지. "확실히 이상하네요... 여기 제 명함입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 혜연의 엄마를 돌려보낸 후, 미기야는 파이로를 찾아갔다. 파이로는 거실에서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파이로 씨. 물어볼 게 있는데요. ""뭔데? ""혹시 유령이 빙..
「비행한다는 것은 언제나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비행하기 위해서는 추락을 감수해야 한다. 추락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임에도 날려고 힘을 다 하는 모습. 나는 그런 비행에서 매력을 느낀다. 」 파이로가 빌려온 책에 적혀있는 구절이었다. 의외로 취미가 독서였던 그녀는, 모처럼 일도 없겠다, 한가해서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그 책은 가토 켄이치라는 사람의 여행기를 쓴 책이라, 인기가 많다고 한다. 빌려가는 사람도 많고 해서,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홧김에 빌려온 책이었지만 그녀에게는 꽤 따분했다. "어, 파이로 씨. 무슨 책 읽으세요? ""아, 이거? 보자...... 비행의 매력. 가토 켄이치가 쓴 책이라네. ""가토 켄이치...? 그 책 어디서 빌리셨어요? ""도서관. 이 책, 인기가 상당한 모..
교정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특히 벚꽃 필 때가 가장 아름답다. 벚꽃이 피는 학교를 거닐다 보면, 정말 아름답다. 나도 누군가와 어룰려 놀고 싶었지만, 여기서는 그러지 못한다. 이렇게라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해. "쟤는 또 저기서 저러고 있네. ""내버려 둬. 한두번 저러냐... "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무시하고 그녀는 언제나 벚꽃 나무가 있는 벤치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꽃잎이 눈처럼 흩날릴때면 눈처럼 흩날리는 꽃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정말 아름다워, 그렇지? 하지만 그녀에게 얘기를 걸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 하고, 그녀가 즐겨 앉았던 벚꽃나무 옆 벤치에서 잠들었다.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A동 A 고등학교에서 한 ..
"그거 알아? 지은이랑 영신이랑 사귄대. ""어머, 정말? ""야, 근데 은정이가 되게 대놓고 대쉬했는데도 안 넘어가네. ""너무 대쉬해서 역효과 본 모양이지. " 채영신.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남자. 오지은. 학교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 그 둘이 사귀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자 뒤에서 조용히 분노하는 한 여자가 있었다. 오래 전부터 영신을 좋아하며 눈에 띄게 대쉬해왔던, 그리고 지은을 오래 전부터 괴롭히고 있었던 은정이었다. 은정이 지은을 괴롭히는 빈도가 늘어난 것은, 영신이 지은을 도와주는 것을 보기 시작한 뒤였다. 그리고 지은이 영신과 사귄다는 얘기가 퍼질수록, 두 사람의 기간이 오래 될 수록, 은정이 지은을 괴롭히는 빈도도 강도도 늘어갔다. 그리고 지은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
"엄마! 지훈이 어디 갔어? ""지훈이? 오늘도 심령 스팟인가 뭔가 탐색한다고 나갔지. 왜? ""지훈이가 내 차를 가져갔어. 전화도 안 받고... 한두번도 아니고 대체 이게 몇 번째야? ""그러게 말이다...... 지혜야. 정 급하면 아버지 차라도 빌려서 나갈래? ""아냐, 그렇게 급하지는 않아. 그럼 나 갔다올게~ ""응, 갔다와라~ " 그 시각, 지훈은 오늘도 취미삼아 각 지역의 폐건물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오늘 돌아볼 건물은 어느 낡은 집이었다. A시 근처에 있는 그 집은 상당히 위험한 심령 스폿으로 유명했다. 지금까지 돌아다녔던 폐건물이나 흉가 중에도 과거에 살던 사람이 살해당했다던가, 하는 소문이 있는 집은 많았지만 탐험하러 갔던 사람들이 실종됐다는 소문까지 들려오는 집은 처음이었다...
이곳은 괴담수사대의 사무실. 유리문을 열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저, 여기가 혹시... 괴담수사대인가요...? ""네, 어서오세요. 미기야씨, 손님이 오셨는데요. ""아, 잠시만. " 곧 안에서 검은 머리의 남자가 나왔다. 하얀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검은 타이를 멘 앳되보이는 남자였다. 정말로 이 남자가 오너인가? 그녀는 의구심이 들었다. "어서 오세요, 괴담수사대의 오너 유키나미 미기야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사실... 의뢰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의뢰라면... 무슨...? ""저, 이 사진을 좀 봐 주세요. " 그녀가 내민 것은 가족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엄마와 아이들, 그리고 아버지가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여느 가족들과 다를 바 없어보이는 행복한 가족이 집 앞에서 찍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