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민씨, 바빠? " "아뇨. " "그럼 술 한잔 하자. 나도 회사 때려쳤거든. " "재희씨도요? " 그와 같이 입사동기였던 동료가 연락을 해 왔다. 회사도 그만 둔 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썰이나 풀어주겠다면서. 그는 직장 동료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아내에게는 약속이 생겨서 미안하다며 밥은 해놓고 갈테니 국만 데워서 식사 하라는 쪽지를 남기고 나왔다. "여- " "재희씨...? 어째 저 나올때보다 다크서클이 더 진해진 것 같은데요... " "말도 말아요. 부장놈때문에 정말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었다니까... " 두 사람은 어느 대기업의 부설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똑같은 재료공학과 전공에, 학교마저 같았다. 학번은 달랐지만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던 둘은 금세 친해졌다. 이름도 한 글자 ..
뉴스에도 나올만큼 심각한 학교폭력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가해자의 처벌은 유야무야 무마돼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피해자만 울게 되었다. 대기업 전무인 아버지를 둔 가해자와 달리, 피해자가 힘도 빽도 없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로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위해, 부모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때처럼 인력사무소에서 나오던 남자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얼추 2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풍기는 분위기만 보면 어느 대기업 회장의 비서 같았다. "윤원효 군 아버님 되시죠? " "네, 제가 원효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 여자가 건넨 명함에는 파리아,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우리한테 무슨..
1: 20XX/7/1 18:00:01 ID: Wi3mybCYP 여기 도쿄 K 중학교 졸업한 사람 있어? 2: 20XX/7/1 18:00:30 ID: Kg7A7T1ru 1>> 고등학교랑 같이 붙어있는 거기 맞지? 나 거기 나왔어. 3: 20XX/7/1 18:00:40 ID: FDZqdnY2c 1>> 우리 엄마랑 막내이모가 거기 졸업하셨어. 사촌동생도 거기 다니고 있음. 4: 20XX/7/1 18:01:02 ID: 66p1i1r5e 1>> 졸업한지 10년 됐음. 5: 20XX/7/1 18:01:10 ID: Wi3mybCYP K 중학교에 귀신 거울 있다던데 실물 본 적 있음? 6: 20XX/7/1 18:01:20 ID: Kg7A7T1ru 잘도 그런 무서운걸 입에 담는군... 7: 20XX/7/1 18:01:3..
게시자: 미스테리어스 제목: [투고괴담] 귀신 거울 구독자 'dddrespresso'님께서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일본에서 중/고등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일본어를 하시는 걸 어깨너머로 듣기도 했고, 저도 어릴적부터 일본어를 공부했던데다가 천만다행히도 한국인이라고 이지메를 하는 친구도 없었기때문에, 학창시절은 무난했습니다. 지금도 친구들하고는 메신저나 이메일로 종종 연락하곤 합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이야기는, 제가 중학생 때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저는 도쿄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학교 건물은 꽤 낡은 듯 했지만, 책상이나 사물함 등 학생들이 쓰는 기자재는 새 것이었습니다. 학교는 중/고등학교가 한 부지에 있..
오늘도 그는 파리아 본사의 건물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나마 청소부 일이라도 하는 덕분에 근근이 먹고 살 수 있었다. 사기를 당한 아버지가 자살하고, 그에게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자산은 거의 차압당하고 그에게 남은 것은 낡은 노트북 한 대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파리아에서 청소부로 일하게 되었으니 이것만은 봐주면 안되겠냐고 읍소해서 겨우 지켜낸 것이었다. 낡은 노트북마저 차압하려던 빚쟁이들은 아버지의 유품이라는 그의 간절한 부탁도 부탁이었지만, 파리아라면 청소부들에게도 급여를 꽤 쳐준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그의 급여에서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비용만을 제하고 빚을 다 갚을때까지 월급에서 제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 덕분에 그는 낡은 노트북 하나만은 지켜낼 수 있었지만, 라면 하나를 반으로 나눠서 하..
본인 네이버 블로그에는 똥파리들이 꼬인다. 소위 말하는 돈줄테니 글써주세요 말이지. 알바몬이나 알바천국으로 블로그 기자단을 모집하는 게 듀오나 소개팅 어플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는거라면, 얘네가 하는 짓거리는 길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다짜고짜 저랑 사겨주십쇼 저랑 결혼해주십쇼 하는 꼴이다. 그 저랑 결혼해주십쇼를 위해 그럴듯한 PPT를 만들기도 하고 어떻게든 말 좀 붙여보려고 도를 아십니까마냥 뻘소리 지껄이는. 이정도면 내가 왜 빡쳐있는지 알겠지? 그놈들이 티스토리에도 있다. 충분히 빡칠 사유 이해 되지? 이 블로그는 심지어 이미지 저장용 블로그인데 말이지. 카카오 하는 짓거리 보면 백퍼 안잡을거같음. ㅅㅂ...
오늘도 탈락인가, 면접장을 나서며 그는 생각했다. 열심히 준비하고, 목욕도 했는데 그 놈의 생선 비린내때문에 아무것도 되질 않는다. 어릴적부터 그놈의 생선 비린내때문에 아무것도 되질 않았다. 학교에서는 썩은 생선대가리라고 불리며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고, 대학에서도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귀지 못한 채 혼자서 학교 생활을 해야 했다.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 열람실에 가서도, 눈치가 보였다. '언제쯤 이 냄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더라도 냄새를 약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뿐이고,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었다, 그리고, 근본적인 치료법이 원래 없는 병이라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집에 부담 주기도 싫고, 그래서 병원비라도 벌고자 했지만 그조차 되지 않는 인생이 그..
"영훈이 엄마... 오늘도 나갈거야? " "네... 사과를 받지 않으면, 제가 편히 눈을 못 감을 것 같아요. " 오늘도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아침을 대충 라면으로 때우고 몸을 움직인다. 그녀의 아들은 K 고등학교 야구부에 있었다. 선배들의 사랑의 매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기합 아래, 그녀의 아들은 횡문근융해증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사과하지 않았고, 가해자의 부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는 학폭위를 열겠다는 얘기는 했지만 둘러대기 위해 명목상 얘기한 것이었고, 곧 드래프트 지명이 있다는 이유로 실제로는 가해 학생들을 처벌하지 않고 넘겼다. 변호사를 선임할 돈조차 없었던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아들이 당했던 일을 널리 알리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주말을 제외..
사흘동안 숙소에서 지내면서, 그는 이대로 시간이 흐르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약속한 사흘 후가 되었다. 이전처럼 아침을 먹으라고 소리지르는 사람은 없었고, 딸랑, 맑은 종소리와 함께 어느 새 문 앞에 아침식사가 놓여져 있었다. 매 끼마다 호화로운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그는 절대 물리지 않았다. 아침에는 양식 코스, 점심에는 한식 코스, 어떤 날은 지중해식 코스요리, 어떤 날은 돼지고기 오마카세... 항상 기대하는 것과 다른 색다른 고급 요리가 그의 후각과 미각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다. 마지막 만찬은 뭘까, 생각하면서 음식이 올려진 카트를 보니 한 층에는 커다란 접시와 뚝배기가 하나, 아래층에는 작은 접시가 여러 개 있었다. 뚝배기에 담긴 것은 복국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커..
여전히 아침 식사를 알리는 소리가 남은 참가자들의 잠을 깨워주고 있었다. -아침 먹을 시간이다. 처음에는 내일 아침 메뉴가 뭘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언제쯤 끝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한 번 라운드가 진행될때마다 사람이 반정도는 없어지는 것 같은데, 지금 몇 명이나 남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침 식사 메뉴를 받았다. '어, 이건...? ' 이번에도 도시락이겠거니 한 그의 눈앞에는 커다란 쟁반이 놓여있었다. 쟁반 위에는 스프가 담긴 커다란 접시와 수저, 그리고 커다란 접시였다. 옆에는 포크와 스푼, 나이프도 놓여있었다. 커다란 접시 위에는 오래 전 엄마와 함께 먹었던 경양식 돈까스가 올려져 있었다. 커다란 돈까스 위에는 소스가 듬뿍 부어져 있었고, 썰러있지 않았다. 맞아, 예전에는 돈까스를 우..
-다들 식사 받아. 연인을 잃은 그 여자는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던 그는 아침 식사를 알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문 앞에 놓여진 식사를 가지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남은걸까? '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물어본다고 누군가 답해주지도 않을 것 같고, 그런 것에 에너지 낭비 할 시간에 차라리 게임에 집중해서 어떻게든 결승에 가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으니까. 아침식사로 들어온 것은 샌드위치였다. 플랫 브레드 안에 두툼한 베이컨과 양상추, 토마토, 아보카도, 피클이 들어가 있었다. 한 입 베어물면, 호스 래디시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 음료는 얼음이 가득 들어간 콜라였고, 디저트로는 치즈소스와 함께 나쵸가 왔다. '대학..
대회가 준비될 동안, 남은 참가자들을 위한 아침이 준비되었다. 아침으로 온 것은 도시락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용기 하나와 둥근 일회용 용기 하나였다. "한 사람당 네모난 도시락 하나, 둥근 거 아나씩 가져가. " 용기를 건네받고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는 도시락 전문점에서 종종 봤던 반찬들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둥근 통에는 흑미밥이 들어있었다. 흔한 도시락이군, 생각하며 수저의 포장을 뜯고 아침 식사를 한다. "라운드가 계속될수록 메뉴가 고급져간다 했는데... 이번에는 평범한 도시락이네요. " "그러게요... " 식사를 마친 인원들은 쓰레기를 갈무리한 다음, 대회에 참가할 준비를 했다. "총 한 정이랑 총알까지 받은 다음 저 쪽으로 가면 돼. " 진행 인원들은 사람들에게 총과 방호복을 나눠주었다.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