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이 쇠를 좀먹듯이, 질투는 그것에 사로잡힌 영혼을 병들게 한다. -성 바실리오, 」 다섯 번째 실종 사건과 더불어, 두 번째로 실종된 사람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라우드가 시신이 발견된 현장을 확인하고 실종자의 집으로 갈 동안, 파이로는 뭔가 단서가 될만한 것은 없었는지 찾고 있었다. “납치 실력만큼은 혀를 내두를 정도구만. ” 방 안은 어질러진 요 외에는 별다를 게 없었다. 둘러봐도 평범한 여대생의 방이었고, 책꽂이에 있는 것도 원서들 뿐이었다. 책상 위에는 작은 일기장이 올려져 있었고, 미처 덮지도 못했는지 일기장은 펼쳐져 있었다. 뭔가 단서가 될만한 게 있을까 싶어 파이로는 일기장을 앞페이지부터 천천히 넘겨보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또 무슨 죄를 저질러서 납치된거지? ’ 어딘가에..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로 가서 그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어라.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간역자(看役者)도 없고, 주권자도 없으되,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여 추수 때 양식을 모으느니라. - 잠언 6.6~8」 네 번째 실종 사건이 생겼을 때는 미기야가 라우드와 함께 직접 조사를 하러 가는 대신 파이로는 달의 악마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정보 조사는 라우드가 할 일이었지만, 실종 사건에 대해 알아보려면 현장에 가서 사이코메트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반강제로 떠맡게 된 것이었다. 고키부리 사무실에서도 용의자가 달의 악마를 소환하려고 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던데다, 악마숭배자를 찾아가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었다. “어째 떠맡긴 했지만, 실로 난감하구만. ” “후훗, 달의 악마에 대한 것 때..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 -마태오의 복음서 23장 12절」 괴담수사대는 실종 사건 현장에 와 있었다. 이전의 두 건과 마찬가지로 실종자는 사라진 지 며칠은 되어보였고, 개 짖는 소리가 멈추지 않아 이웃 주민들이 참다참다 집주인에게 얘기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실종된 사실이 알려졌다. 연락도 되지 않고, 개의 상태도 걱정됐던 집주인이 경찰을 대동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개는 오랫동안 굶은데다가 너무 짖은 탓인지 탈진 직전이었고 집주인은 너저분한 방만 남긴 채 사라졌다고 했다. “설마, 전에 그 하얀 가면이 범인은 아니겠지? ” “그 설마가 맞아. ” 또 다시 영상을 확인했던 라우드는 이번 피해자 역시 하얀 가면의 남자가 밤중에 집에 침입해 납치해가는 것을 ..
「지옥과 저승은 아무리 들어가도 한이 없듯이 사람의 욕심도 끝이 없다. - 성경 잠언 27장 20절」 글루의 실종 사건에 대해 괴담수사대가 조사하고 있을 무렵, 새로운 실종 사건이 생겼다. 이번 실종 사건의 피해자는 30대 여성이었지만, 뉴스에서도 신원만이 밝혀졌을 뿐 아무것도 밝혀진 것은 없었다. “또 실종이라니... ” “설마, 전에 글루를 납치했던 범인과 동일범은 아니겠죠...? ”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 ” 실종된 여성이 살던 집으로 가니, 퀴퀴한 냄새가 났다. 시체 썩은내와는 다른, 단순히 청소를 오랫동안 하지 않아서 쓰레기가 모여 썩어가는 냄새였다. “어휴, 냄새... 청소를 대체 얼마나 안 한거야? ” “이 정도면 실종이 아니라 고독사라고 해도 믿겠는데? ” “시체 썩는 냄새가..
「원죄를 지은 일곱 제물이 모이면, 죄의 근원을 소환하리라. 」 파이로가 간식을 사러 잠깐 나갔다가 돌아왔을 때, 사무실에는 정훈이 30대 초반은 되어 보이는 남자와 함께 와 있었다. 음악을 듣고 있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미기야나 맞은 편의 두 사람을 보면 아무래도 뭔가 심각한 이야기인 듯 했다. “무슨 일이래? ” “실종 사건이 있었나봐. ” “실종 사건? ” “왜, 얼마전에 뒷광고 논란때문에 나락 갔던 네튜버 하나 있었잖아. ” “아, 그랬지. 체포될때도 가관이어서 기억하고 있었거든. 뒷광고인거 다 까발려졌는데도 끝까지 내돈내산 맞다고 우겼잖아. 그 전에도 먹방 관련해서 논란 좀 있었고... ” 얼마 전, 뒷광고 논란으로 시끌시끌했던 네튜버가 하나 있었다. 채널명은 ‘글루의 ..
괴담수사대는 C구의 어느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그것은, 어느 남성의 의뢰였다. 며칠 전 사무실에 찾아왔었던 그는, 얼마 전 아내와 아이가 죽은 후 집에 기현상이 생겼다며 이를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그리고 괴담수사대는, 이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그 남자의 집에 도착했다. 아파트 단지 자체는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외관도 화려했고, 단지 내에는 입주민 전용으로 여러가지 편의 시설도 있었다. 카페나 놀이터는 물론 피트니스 센터나 무더위 쉼터같은 곳도 있었다. "요즘 아파트들은 하나같이 겉멋이 엄청 들었군. " "엥? 겉멋? " "생각해봐, 십몇년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에 이런 시설같은 거 없었잖아. 광장같은 빈 공간이 있고 거기서 가끔 바자회나 하는 정도였지, 지금처럼 이런 거창한 시설같은 거 안..
“저, 어제 연락드렸는데... ” 반짝이는 귀걸이를 찬 30대 중반은 되어보이는 여성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리에 앉아있던 미기야가 그녀를 맞이하자 그녀는 들고 있던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보석이 포장되어 있는 작은 상자였다. “이게 그 보석인가요? ” “네... ” 상자를 열어보자, 안에는 푸른빛을 띤 작은 보석이 들어있었다. 보석은 10원짜리 동전의 반정도 되는 크기로, 목걸이를 만들 요량이었는지 팔각형 모양으로 깎여있었다. 그 밑에는 그것의 반절정도 되는 크기로, 귀걸이용으로 가공한 보석 두 개가 있었다. 보석은 영롱했지만, 미기야와 파이로는 상자를 열면서부터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와... 영롱하네... 사파이어인가? ” “글쎄요... 저는 보석..
“저, 실례합니다... 어제 연락드렸던 사람인데... ” 푹푹 찌는 여름, 한 사람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바닥을 보며 무언가를 찾듯이 들어오는 것은 건장해보이는 청년이었다. “어서오세요. 어제 말씀은 대충 들었습니다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 “그게... ” “뭐냐, 왜 바닥에 소금이 떨어져 있어? ” 잠깐 밖에 나갔던 파이로는 사무실로 들어오는 길에 소금을 밟았다. 소금은 김치 할 때 야채를 절이기 위해 뿌리는 굵은 소금부터 꽃소금까지, 입자의 크기가 다양했다. 바닥에는 소금과 함께 남자가 걸어온 길을 따라 물도 몇 방울 떨어져 있어 물청소를 해야 했다. “저 물때문에 오신건가요? ” “네. 제가 걸을때마다 바닥에 소금과 물이 떨어져서... ” “언제부터 그런 일이 생기기 시작한건가요?..
ID: 깊은산속옹달샘 제목: 미라클 성형외과 덕분에 딸이 밝아졌어요! 내용: 우리 딸은 어릴 적에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를 엎는 바람에 얼굴에 큰 화상 자국이 있었어요. 그것때문에 학교에서 괴롭힘도 많이 당했죠.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서 내심 미안했습니다. 딸 친구가 미라클 성형외과에 이 이야기를 했고, 초대를 받게 되어서 흉터 제거 수술을 하고 왔습니다. 들어보니 비용도 특별히 무료로 했다고 하더군요. 그 때 연락 받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흉터 제거 수술을 해 주고 싶었는데, 수술비가 너무 비싸서 못 해주고 있었거든요. 수술을 마치고 딸아이가 돌아왔는데, 세상에... 흉터가 있었는줄도 모르게 얼굴이 깨끗해져서 처음에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 친구가 든든한 사위..
성형외과 하면 보통은 K구의 번화가, 혹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패션 거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미라클 성형외과는 전혀 생각지도 못 한 곳에 있었다. K구의 번화가에서 조금 먼 곳에 있는 작은 건물 한 동을 미라클 성형외과에서 쓰고 있었다. 1층에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대기할 수 있는 카페가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로비와 접수대, 진료실과 상담실, 진료에 필요한 부대 시설 등이 있다. 3층은 수술실이고, 4~5층은 입원실이었으며 지하 1층에 식당이 따로 있었다.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의 이야기에 따르면, 식당 밥은 요즘 식사 메뉴가 고퀄리티라 화제라는 어느 아이돌 소속사와 동급이라고 했다. 이 병원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다른 병원들처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 아니라, 홈페이지..
괴담수사대는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한참 조사중이었다. "참, 나... 사람을 찾으려면 위층으로 가야지, 여기로 오면 어떡해? " 일이니까 하고는 있었지만, 파이로는 툴툴거리면서 조사를 하고 있었다. 사람을 찾는 데는 고키부리 사무실이 전문인데 왜 하등 상관도 없는 우리 사무실로 오는건자, 그녀는 영문을 몰랐다. "고키부리 사무실에서 받아줄 수 없다고 거절했나봐요. " "거기서 거절을 했다고? 그 프로페셔널이? " "네. " 의뢰인은 고키부리 사무실에도 갔었지만 어째서인지 거절당했다. 돈은 원하는대로 전부 드리겠다고 했는데도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의뢰를 맡긴 사람이 이 쪽으로 오게 되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파이로도 그제서야 납득한 듯 했다. "그 쪽에서 받지 않는 일도 있다니, 거 ..
"실례합니다. " 평화로운 오후, 괴담수사대 사무실에 손님이 왔다. 오전중에 급하게 전화로 예약하고 싶다고 연락했던 손님이었다. 손님의 정체는 머리를 하나로 묶고 흰 셔츠 위에 검정색 슬랙스를 입은, 검정색 구두를 신은 여성이었다. 아마도, 이 근처에서 직장 일을 하는 듯 했다. "아, 오전에 급하게 예약한다고 했던 손님이구만. 오너는 잠깐 나갔는데, 금방 올 거야. 여기 앉아서 잠깐 기다려. " 여자가 테이블에 앉아있으니, 잠시 후 미기야가 돌아왔다. 가방을 내려놓고 미기야가 테이블 맞은 편에 앉자, 야나기가 시원한 냉차 두 잔을 가져왔다. "이거 마시면서 이야기 나눠. " "고맙습니다. " 여자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사무실 책상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탁상 달력이었다. 탁상 달력은 회..
ID: 아싸가오리 기묘한 예언가 만났던 썰 풀어줄 사람? 뭐 물어봤고 대답 뭐였는지랑 복채 얼마 받았는지정도만. ID: 회전선풍각도기 @아싸가오리 내 친구가 나랑 자기 지망하는 대학 갈 수 있는지 물었는데 둘 다 갈 수 있다고 했음. 복채는 2만원. 근데 그 친구네 잘 살아서 용돈 일주일에 6만원은 받은듯. ID: 불판챔피언 @아싸가오리 연애운 물었었는데 연애운은 대학 졸업할때까지 없으니까 대학 다니면서 들이대는 남자들은 무조건 조심하고 거절하라고 했음. 두번째로 만났을 때 남친이랑 같이 가서 결혼운도 물어봤었는데 결혼은 서른 되는 해에 할거고 5월에는 식장때문에 마음 상할 일 생기니까 피해서 잡으라고 했음. @불판챔피언 연애운때는 만원, 결혼운 봤을때는 공평하게 받는다고 남친한테 15000원, 나한테 ..
게시자: 미스테리어스 제목: [투고괴담] 기묘한 예언가 구독자 '회전선풍각도기'님께서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 사이에서는 '기묘한 예언가'라고 불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였습니다. 이름이 뭔지 정확히는 모르고 다들 기묘한 예언가라고만 불렀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 예언가가 화제였던 이유는, 그녀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맞는다는 겁니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말이죠. 마치 초록색 고추장도 있을까? 라는 질문에 정말 초록색 고추장을 만들어서 가져 온 느낌이라고 합니다. 다만, 예언을 듣는 방법이 특이했습니다. 예전에 일본에서 유행했던 괴인 앤서 괴담을 약간 비틀었다고 해야 할까요. 기묘한 예언가를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친구들 열 명을 모은 다음 밤 ..
괴담수사대는 K시 근처의 어느 휴게소에 나와있었다. 며칠 전에 이 근처가 사고다발지역이라며 의뢰가 들어와서 조사차 나오게 된 것이었다. 수사대 건물이 있는 장소와는 꽤 멀었기때문에, 수사대원들이 차에서 전부 잠들 수는 없어서 휴게소 인근에 숙소를 하나 잡아두고 휴게소로 나온 상태였다. K시 근교에 있는 휴게소라 그런지 꽤 규모가 작은 휴게소였던지라, 시설도 그렇게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사고다발지역이 이 근처였지? 어디야? " "여기서 나가서 K시로 가는 길목이래요. " "음... 숙소 잡으러 갈 때는 뭔가 딱히 본 건 없었는데... " "일단 저 쪽에 줄 서있는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죠. 저번에 그 일처럼 특정한 사람만 대상일지도 모르고... " "그러지. " 휴게소 한쪽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있었고..
파이로와 야나기는 G구의 어느 파스타집을 찾아갔다. 의뢰도 의뢰였지만, 자연스럽게 가게의 분위기나 맛 등을 파악할 요량으로 둘이 가게 된 것이었다. 주로 한식 위주로 먹는 미기야보다 그 둘이 파스타에 조예가 깊었던 것도 있다. "어서오세요, 파스타 전문점 구르메입니다. " 파이로과 야나기가 두 명이라고 얘기하자, 직원은 금방 자리를 안내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은 다음 가게를 둘러보니, 가구나 조명, 인테리어를 봐서는 날 잡아서 한 번 먹으러 와야 할 것 같은 고급 식당의 느낌이었다. 곧이어 점원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자, 야나기와 파이로는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역시, 파스타는 집에서 해먹는 게 낫다니까. 밖에서 먹으려면 꽤 비싸네... " "우리 돈 아니니까 먹는거지. 일단 파스타집의 실력..
"안녕하세요, 요전에 연락드렸던... " "아, 얘기는 들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 사무실로 훤칠하게 생긴 남자가 들어섰다. 그 순간, 사무실에서 TV를 보던 야나기와 데스 애더의 시선이 그 남자를 향해 꽂혔다. 그 남자는, 최근 모든 멤버들이 군대를 전역하고 막 컴백을 위해 앨범 작업을 한다던 라이트닝 보이즈의 멤버, 준이었다. "저 사람... 라이트닝 보이즈 맞지...? " "틀림없어. 저 사람, 라이트닝 보이즈의 준이야. " 아이돌이 여기까진 어쩐 일인지 궁금했던 둘은, TV를 보는 척 하면서, 신경은 온통 두 사람이 나누는 얘기에게 쏠려있었다. 한참 컴백때문에 바쁠 아이돌이 여기까지 왔다는 건 분명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사생팬이나 자잘한 범죄에 연루된거라면 소속사에도 법무팀이 있어서 거기서 ..
그는 여자를 따라 판데모니움 로열에 참가하기 위해 갔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승리한 그를 맞이한 것은, 만화에서나 볼 법한 검은 왕좌에 앉아있는 여자였다. 하얀 얼굴에 검은 베일을 쓴 여자는, 왕좌에 앉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번 우승자는 이 쪽이군요. 좋아요, 그대의 소원을 말해보세요. " "야구를 다시 하고 싶습니다. " "야구를? " 도민은 그녀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전부 얘기했다. 후배의 기강을 잡겠다고 기합을 줬던 것과, 그 일로 영훈이 횡문근융해증으로 죽은 것, 그리고 그것때문에 드래프트도 무산됐고, 대학 진학도 못하게 되었다는 것까지. 그녀는 그것을 그저 듣고 있을 뿐이었다.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후배들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과도한 기합을 주는 경우가 왕왕 있죠. 행하는 자는..
평화로운 저녁 시간대였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는 사람들은 삼삼오오 치킨이나 고기를 먹으러 가기도 하고, 마트에서 맥주를 사서 집으로 가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한 명의 여자가 한강 다리 한복판에 서있었다. "더 이상은 살아있을 이유가 없어... " 한참동안 머뭇거리던 그녀는 다리 난간을 넘어갔다. 그리고 뛰어내리려던 찰나. "멈춰! " 누군가가 그녀를 붙잡았다. 있는 힘껏 그녀를 붙잡은 손길은 그녀를 난간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휴...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네... " 그녀를 끌어당긴 것은, 요즘 먹방 네튜버중에서도 가장 핫하다는 만티코어였다. 영상을 몇 번 보긴 했지만,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마, 만티코어...? 정말 만티코어예요? " "네, 만티코어입니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어요...
그녀는 오늘도 열심히 컴퓨터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잘 돼가? "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데이터가 많이 없어서... 투자라도 받을 형편이 된다면 알바를 모집하던가 할텐데, 그것도 아니고... " "하긴, 우리는 아직 학생이니... PPT 작업은 끝났어? " "아, 맞다... 그것부터 해야지. " 그녀는 악필이었다. 물론 지금도 악필이다. 글씨때문에 낭패를 본 적도 있고, 몇 번 선생님께 불려가기도 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그래도 수기로 뭘 할 일이 줄어들었지만, 가끔 손으로 무언가를 쓸 때마다 고역이었다. 심지어 중학생때 한 선생은, 그녀가 악필이라는 이유로 수업시간에 대놓고 망신을 주고 수행평가 점수도 낮게 준 적 있었다. 펜글씨도 시도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코딩은 잠시 내려두고, 그녀..
"재우씨, 무슨 고민 있어? " "주말에 결혼식에 가야 하는데, 하필이면 전여친 결혼식이지 뭐예요. " "전여친이 결혼식에 불렀다고? " "부르는 전여친이나 거절 안 하고 그걸 가는 재우씨나 참... 연구대상이야. " 그의 전여친은 소위 말하는 속물이었다. 데이트 할 때는 한번도 자기가 돈을 낸 적이 없었고, 선물은 항상 명품이어야 하며, 밥은 항상 비싼 곳에서 먹어야 했다. 기념일도 매번 챙겨주지 않으면 서운해하면서 헤어지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거기다가 시도때도 없이 친구의 남자친구와 그를 비교하기 일쑤여서,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연애라는 건 괴로운거라고 생각했었다. 여자친구였던 사람과 헤어지게 된 것도, 그보다 돈이 많은 남자와 바람이 나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송재우씨, 회장..
"재민씨, 바빠? " "아뇨. " "그럼 술 한잔 하자. 나도 회사 때려쳤거든. " "재희씨도요? " 그와 같이 입사동기였던 동료가 연락을 해 왔다. 회사도 그만 둔 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썰이나 풀어주겠다면서. 그는 직장 동료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아내에게는 약속이 생겨서 미안하다며 밥은 해놓고 갈테니 국만 데워서 식사 하라는 쪽지를 남기고 나왔다. "여- " "재희씨...? 어째 저 나올때보다 다크서클이 더 진해진 것 같은데요... " "말도 말아요. 부장놈때문에 정말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었다니까... " 두 사람은 어느 대기업의 부설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똑같은 재료공학과 전공에, 학교마저 같았다. 학번은 달랐지만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던 둘은 금세 친해졌다. 이름도 한 글자 ..
뉴스에도 나올만큼 심각한 학교폭력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가해자의 처벌은 유야무야 무마돼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피해자만 울게 되었다. 대기업 전무인 아버지를 둔 가해자와 달리, 피해자가 힘도 빽도 없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로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위해, 부모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때처럼 인력사무소에서 나오던 남자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얼추 2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풍기는 분위기만 보면 어느 대기업 회장의 비서 같았다. "윤원효 군 아버님 되시죠? " "네, 제가 원효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 여자가 건넨 명함에는 파리아,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우리한테 무슨..
1: 20XX/7/1 18:00:01 ID: Wi3mybCYP 여기 도쿄 K 중학교 졸업한 사람 있어? 2: 20XX/7/1 18:00:30 ID: Kg7A7T1ru 1>> 고등학교랑 같이 붙어있는 거기 맞지? 나 거기 나왔어. 3: 20XX/7/1 18:00:40 ID: FDZqdnY2c 1>> 우리 엄마랑 막내이모가 거기 졸업하셨어. 사촌동생도 거기 다니고 있음. 4: 20XX/7/1 18:01:02 ID: 66p1i1r5e 1>> 졸업한지 10년 됐음. 5: 20XX/7/1 18:01:10 ID: Wi3mybCYP K 중학교에 귀신 거울 있다던데 실물 본 적 있음? 6: 20XX/7/1 18:01:20 ID: Kg7A7T1ru 잘도 그런 무서운걸 입에 담는군... 7: 20XX/7/1 18:01:3..
게시자: 미스테리어스 제목: [투고괴담] 귀신 거울 구독자 'dddrespresso'님께서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일본에서 중/고등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일본어를 하시는 걸 어깨너머로 듣기도 했고, 저도 어릴적부터 일본어를 공부했던데다가 천만다행히도 한국인이라고 이지메를 하는 친구도 없었기때문에, 학창시절은 무난했습니다. 지금도 친구들하고는 메신저나 이메일로 종종 연락하곤 합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이야기는, 제가 중학생 때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저는 도쿄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학교 건물은 꽤 낡은 듯 했지만, 책상이나 사물함 등 학생들이 쓰는 기자재는 새 것이었습니다. 학교는 중/고등학교가 한 부지에 있..
오늘도 그는 파리아 본사의 건물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나마 청소부 일이라도 하는 덕분에 근근이 먹고 살 수 있었다. 사기를 당한 아버지가 자살하고, 그에게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자산은 거의 차압당하고 그에게 남은 것은 낡은 노트북 한 대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파리아에서 청소부로 일하게 되었으니 이것만은 봐주면 안되겠냐고 읍소해서 겨우 지켜낸 것이었다. 낡은 노트북마저 차압하려던 빚쟁이들은 아버지의 유품이라는 그의 간절한 부탁도 부탁이었지만, 파리아라면 청소부들에게도 급여를 꽤 쳐준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그의 급여에서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비용만을 제하고 빚을 다 갚을때까지 월급에서 제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 덕분에 그는 낡은 노트북 하나만은 지켜낼 수 있었지만, 라면 하나를 반으로 나눠서 하..
오늘도 탈락인가, 면접장을 나서며 그는 생각했다. 열심히 준비하고, 목욕도 했는데 그 놈의 생선 비린내때문에 아무것도 되질 않는다. 어릴적부터 그놈의 생선 비린내때문에 아무것도 되질 않았다. 학교에서는 썩은 생선대가리라고 불리며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고, 대학에서도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귀지 못한 채 혼자서 학교 생활을 해야 했다.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 열람실에 가서도, 눈치가 보였다. '언제쯤 이 냄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더라도 냄새를 약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뿐이고,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었다, 그리고, 근본적인 치료법이 원래 없는 병이라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집에 부담 주기도 싫고, 그래서 병원비라도 벌고자 했지만 그조차 되지 않는 인생이 그..
"영훈이 엄마... 오늘도 나갈거야? " "네... 사과를 받지 않으면, 제가 편히 눈을 못 감을 것 같아요. " 오늘도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아침을 대충 라면으로 때우고 몸을 움직인다. 그녀의 아들은 K 고등학교 야구부에 있었다. 선배들의 사랑의 매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기합 아래, 그녀의 아들은 횡문근융해증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사과하지 않았고, 가해자의 부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는 학폭위를 열겠다는 얘기는 했지만 둘러대기 위해 명목상 얘기한 것이었고, 곧 드래프트 지명이 있다는 이유로 실제로는 가해 학생들을 처벌하지 않고 넘겼다. 변호사를 선임할 돈조차 없었던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아들이 당했던 일을 널리 알리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주말을 제외..
사흘동안 숙소에서 지내면서, 그는 이대로 시간이 흐르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약속한 사흘 후가 되었다. 이전처럼 아침을 먹으라고 소리지르는 사람은 없었고, 딸랑, 맑은 종소리와 함께 어느 새 문 앞에 아침식사가 놓여져 있었다. 매 끼마다 호화로운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그는 절대 물리지 않았다. 아침에는 양식 코스, 점심에는 한식 코스, 어떤 날은 지중해식 코스요리, 어떤 날은 돼지고기 오마카세... 항상 기대하는 것과 다른 색다른 고급 요리가 그의 후각과 미각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다. 마지막 만찬은 뭘까, 생각하면서 음식이 올려진 카트를 보니 한 층에는 커다란 접시와 뚝배기가 하나, 아래층에는 작은 접시가 여러 개 있었다. 뚝배기에 담긴 것은 복국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커..
여전히 아침 식사를 알리는 소리가 남은 참가자들의 잠을 깨워주고 있었다. -아침 먹을 시간이다. 처음에는 내일 아침 메뉴가 뭘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언제쯤 끝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한 번 라운드가 진행될때마다 사람이 반정도는 없어지는 것 같은데, 지금 몇 명이나 남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침 식사 메뉴를 받았다. '어, 이건...? ' 이번에도 도시락이겠거니 한 그의 눈앞에는 커다란 쟁반이 놓여있었다. 쟁반 위에는 스프가 담긴 커다란 접시와 수저, 그리고 커다란 접시였다. 옆에는 포크와 스푼, 나이프도 놓여있었다. 커다란 접시 위에는 오래 전 엄마와 함께 먹었던 경양식 돈까스가 올려져 있었다. 커다란 돈까스 위에는 소스가 듬뿍 부어져 있었고, 썰러있지 않았다. 맞아, 예전에는 돈까스를 우..